(내외방송=임동현 기자) 전주국제영화제 '올해의 프로그래머'로 선정된 허진호 감독이 2일, 기자회견을 통해 영화에 대한 자신의 소회를 밝혔다.
허진호 감독은 이날 오후, 전북 전주시 베스트웨스턴호텔에서 열린 'J스페셜 : 올해의 프로그래머 허진호' 기자회견에서 이번 특별전에서 선정한 영화 5편의 선정 이유와 영화에 얽힌 추억, 그리고 각종 해외 영화제 수상 낭보에도 불구하고 상영이 미루어지고 있는 영화 <보통의 가족>에 대한 이야기 등을 전했다.
'J스페셜 : 올해의 프로그래머'는 매년 한 영화인을 선정해 영화인이 관객과 함께 보고싶어하는 영화를 선정해 상영하는 프로그램으로 그동안 류현경 배우, 연상호 감독, 백현진 배우가 올해의 프로그래머를 한 바 있다.
이번에 허진호 감독이 선정한 작품은 자신이 연출한 <봄날은 간다>와 <외출>을 비롯해 <바보들의 행진>(하길종 감독), <파리, 텍사스>(빔 벤더스 감독), <동경 이야기>(오즈 야스지로 감독) 등 총 5편이다.
허 감독은 "술자리에서 첫 (프로그래머) 제의를 받았다. 전주국제영화제라는 점에서 끌렸고 (내가) 어떤 영화를 만들고 좋아했는지, 어떤 영향을 받았는지를 생각하는 좋은 기회라는 생각에 맡게 됐다"고 말했다.
그는 초등학생 시절 최인호 작가의 원작 소설을 읽은 뒤 혼자 재개봉관에 가서 봤던 <바보들의 행진>, 제대 후 야한 영화인 줄 알고 친구와 재개봉관에서 보다가 깊은 인상을 받은 <파리, 텍사스>, 파리 유학 당시 관람한 뒤 이후 자신의 영화에 영향을 준 <동경 이야기>를 각각 선정했으며 올해 심사위원을 맡은 유지태 배우와 함께 보고픈 마음으로 <봄날은 간다>를 선정했다고 밝혔다.
하지만 그의 대표작인 <8월의 크리스마스>가 아닌 <외출>을 선택한 것에 대해 허 감독은 "본 지가 너무나 오래됐는데 런던한국영화제에서 만난 분이 '감독님 영화 중 <외출>이 가장 좋았다'고 해서 이 기회에 보기로 했다"고 밝혔다.
허 감독은 자신의 작품인 <보통의 가족>의 개봉이 미루어지고 있는 것에 대해 "이런 상황을 처음 겪어본다. 코로나 이후로 변화가 생기면서 만들어진 영화들이 개봉을 못하고 밀려있다. 뭔가가 얹힌 것 같은 느낌이다. 빨리 관객들과 만나고 싶다"면서 "올 가을 개봉할 것으로 들었다"고 말했다.
그는 <8월의 크리스마스>와 <봄날은 간다>를 지금의 젊은 세대들도 알고 좋아하는 현상에 대해 "큰 드라마가 아닌, 일상 에서 이야기와 대사를 가져온 것 때문에 지금도 보시는 것 같다. 지금의 관객들과 접점이 있는 것 같다"면서 "희로애락을 표현할 수 있기에 멜로가 흥미로운 장르다. 지금도 요즘 이야기를 다루는 멜로 영화를 만들고픈 생각이 있다"고 말했다.
한편 그는 고향인 전주에 대한 인상을 묻는 질문에 "너무 어렸을 때 서울로 이사를 가 큰 기억은 없지만 중앙동에서 친구들과 논 기억, 집에 무화과나무가 있었던 기억 등 조각조각의 기억이 남아있다. 아주 짧은 기간이었지만 '고향'이라는 생각을 갖게 한 도시"라고 답했다.